비트코인 조정에도 스테이블코인 2,730억 달러 건재… "시장 이탈 대신 디파이·RWA로 이동"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매도세와 가격 조정 속에서도,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이 현금화되어 시장을 이탈하지 않고 온체인 상에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로의 유입은 크게 둔화되었으며, 해당 자금들은 거래소를 우회해 디파이(DeFi) 수익 전략, 토큰화된 주식, 예측 시장, 현실세계자산(RWA) 등 암호화폐 생태계 내부의 다른 대안처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지 시각 14일 가상자산 업계 및 온체인 데이터 분석가들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최근 6만 달러 이하로 위협받는 등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 국면에 진입했음에도 주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총 공급량(시가총액)은 약 2,730억 달러 규모를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2026년 들어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해 말 비트코인이 12만 달러를 돌파했던 고점 대비 내림세를 보이며 연초 대비 26%가량 하락한 2조 1,000억 달러 규모로 축소되었으나, 스테이블코인의 자본 규모는 끄떡없는 모습이다.
과거 일반적인 하락장(베어마켓)에서는 투자자들이 자산을 완전히 현금화해 제도권 은행으로 인출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공급량 자체가 급감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온체인 분석가 '다크포스트'는 현재 시장에서 자금의 완전한 이탈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테더(USDT)와 USDC의 합산 공급량이 지난 2월 초 한 달간 약 80억 달러 감소했다가 현재는 약 40억 달러 감소 수준에서 안정화되는 등, 주기적인 유출입 반복 속에서 총시총이 견고하게 방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목할 점은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이 가상자산 시장을 떠나지는 않지만, 업비트나 바이낸스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는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더와 USDC의 월간 거래소 유입액은 지난해 10월 57억 달러에 달했으나 최근 29억 달러 선으로 반 토막 났으며, 연간 평균 유입액 역시 44억 7,000만 달러에서 38억 7,000만 달러로 하락했다. 연간 평균 대비 월간 평균 유입 비율은 역사적 최저 수준인 0.77까지 떨어졌다.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유동성이 암호화폐 시장을 엑시트(Exit)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 같은 변동성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지도 않다"라며 "대신 암호화폐 산업의 성숙도와 다각화에 발맞춰 생태계 내의 다른 수익 구조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온체인 데이터가 가리키는 대기 자금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투자자들은 디파이(DeFi) 프로토콜의 대출(Lending) 및 레버리지 루핑(Looping)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단독 보유로 15%에서 20%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리며 전통 금융 시장과 경쟁하고 있다. 둘째, 블록체인 상에 발행된 '토큰화된 상장주식'을 매수함으로써 가상자산 지갑을 벗어나지 않고도 미국 증시 테마에 우회 투자하는 노출을 택하고 있다.
셋째, 현실 세계의 이벤트나 결과에 베팅하는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의 폭발적인 확장세다. 특히 2026년 월드컵 개막과 맞물려 관련 예측 활동이 급증하면서, 대표적인 예측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의 누적 거래량은 20억 달러를 돌파했다. 마지막으로 채권·부동산 등을 블록체인에 연동한 현실세계자산(RWA) 시장 역시 막대한 유동성을 흡수 중이다. RWA 분석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온체인 토큰화 RWA 규모는 지난 5월 중순 기준 약 328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스테이블코인 데이터는 시장의 위험 선호(Risk-on) 심리가 완전히 부활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은 무리하게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쫓아가며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거래소 외부의 안전하면서도 수익성이 보장되는 온체인 틈새 영역에 거액을 예치한 채 향후 거시경제 및 시장 반전의 결정적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