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머스크?' 스페이스X 초대형 상장, 비트코인 시장엔 약일까 독일까
비트코인(BTC) 가격이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감 속에 6만 3,000달러 선 위에서 보합권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미 증시 입성이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으나, 가상자산 시장 내부에서는 단기적인 투자 자금 분산 우려와 상장 이벤트 종료에 따른 매도 압력 완화 기대감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3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0.25% 소폭 상승한 6만 3,655달러 선에 거래 중이다. 현지 시각 12일 미국 증시 장중 한때 6만 4,000달러 선을 터치하기도 했던 비트코인은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매물을 반납하며 6만 3,000달러 대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24시간 동안의 전체 거래량은 전날보다 13.43% 감소한 256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현재 가상자산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는 스페이스X의 나스닥(NASDAQ) 데뷔가 비트코인 수급에 미칠 중장기적 파장이다. 스페이스X는 나스닥 상장 첫날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기록을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공모가인 135달러를 훌랑 뛰어넘은 150달러로 첫 거래를 시작해 최종 16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무려 2조 달러(약 3,000조 원)를 돌파하며 엔비디아,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뒤를 이어 미국 상장기업 시가총액 순위 6위권에 단숨에 진입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의 상장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단순한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진단한다. 공모 규모가 원체 거대했던 탓에,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상장 공모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기존 위험자산 포지션을 일부 정리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도 대규모 환매와 매도 압력이 도출되었고, 결과적으로 스페이스X 상장 당일 비트코인 가격이 큰 변동 없이 보합권에 묶이게 된 배경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비트코인이 5만 9,000달러 부근에서 단기 바닥을 다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제프리 켄드릭 SC 디지털자산 리서치 총괄은 "스페이스X IPO라는 메가 이벤트를 앞두고 일부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 목적으로 비트코인 ETF를 매도했을 수 있다"라며 "실제 상장 거래가 시작된 만큼 청약 관련 매도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의 가격 조정을 거치며 사실상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암흑기)'가 완전히 종식되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는 비트코인 가격의 본질적인 향방을 가를 변수로 스페이스X보다는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을 꼽았다. 미국 경제가 탄탄한 고용 지표로 버티고는 있으나, 유가와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잔존 압력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물가 지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정책 전환) 기대감을 제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인셰어즈는 또 "올해 글로벌 디지털 자산 투자 상품으로의 순유입액 변동 추이가 긴축적 통화정책이 장기화되었던 2022~2024년 주기와 유사하다"라며 "최근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자금이 이탈한 것은 현·선물 간 차익거래인 베이시스 트레이딩 청산의 영향이 크며, 투자자들이 거시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위험 노출(익스포저)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글로벌 투자 자금의 관심이 인공지능(AI)과 초대형 기술주 섹터로 완전히 쏠린 점도 비트코인에는 단기적 부담이다. 코인셰어즈는 비트코인이 8만 달러선 돌파에 연이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가상자산 투자 기회가 당분간 AI 관련 테마에 밀려나 있는 장세 특성을 언급하며, 연준의 긴축 완화와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이 선행되어야 본격적인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의 상장은 블록체인 인프라의 확장성과 효율성을 입증한 기념비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정식 증시 상장 전부터 하이퍼리퀴드 등 온체인 탈중앙화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프리 IPO 퍼프(Pre-IPO Perpetual)' 상품이 활발히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제도권 증시가 열리기도 전에 블록체인 기반 시장이 먼저 자산의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훌륭히 수행한 셈이다. 퍼프는 만기일 없이 특정 자산의 미래 가치에 베팅할 수 있는 무기한 파생상품이다.
무엇보다 스페이스X가 보유한 비트코인 물량의 실체는 가상자산 시장의 든든한 우군이다.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총 1억 8,712개의 비트코인을 장부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로써 이번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은 글로벌 초대형 우주 기술 기업의 증시 데뷔이자, 동시에 대규모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직접 보유한 메가 상장사의 출현이라는 이중적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다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하방 변수로 상존한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대화 진전 기대감이 위험자산의 하락을 방어했으나, 최종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코인셰어즈는 만약 지정학적 충돌이 유가 급등을 촉발할 경우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겪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비트코인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자산 시장의 위험자산 매도 폭탄 흐름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